첫 직장을 퇴사 후 직장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다. 나는 강해지고 싶거나, 몸을 가꾸는 데는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나 되돌아본 나. 복싱 덕분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고맙다 복싱.
복싱으로 얻은 것
복싱을 1년 넘게 하면서 나는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얻었다. 10kg이 넘는 체중감량, 규칙적인 생활, 실력이 늘 때 느끼는 성취감, 외모, 자신감, 겸손, 승부욕, 끈기 등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복싱을 하면서 얻은 능력들과 인생철학 덕분에 내가 사회에서 이룬 것은 너무 많다. 그중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인간관계 개선'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도 조용한 편이었고 첫 직장 생활에서도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할 정도로 그다지 인간관계가 순탄하지 못했다. 하지만 복싱으로 심신이 단련된 나는 이제 어떤 일을 해도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사람들이 미울 정도다.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내가 깨달은 것 때문에 나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바뀌다니. 행복하면서도 조금은 씁쓸한 일이다.
복싱을 배우기 전 나의 인간관계
나의 20대 초반 시절은 군대와 첫 직장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당시 나는 운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나 공부, 게임은 잘하는 편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하기는 어려웠다. 학창 시절이 끝나고 군대와 사회로 나가게 되면 그때부터가 진짜 인생 시작이다. 학창 시절 겪는 친구 무리 형성, 학업 경쟁, 보이지 않는 견제 같은 건 귀여운 수준이다. 각자의 생존과 이득이 최우선 순위다. 학교 친구라는 이유로 감싸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나 선생님은 없다. 특히나 군대라는 환경에서는 모두가 같은 옷, 같은 업무, 같은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와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계급이라는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사실은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야생에 더 가깝다. 원초적인 요소로 정해진다. 아무리 병장이라도 후임, 간부들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평소 입지가 탄탄한 상병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오히려 대우를 안 해주면 이등병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그런 입지를 결정짓는 요소는 업무능력이나 인간됨도 있지만 대부분 외모와 기세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나는 후임병 시절 그런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엔 최악의 조건을 갖고 있었다. 뚱뚱한 몸에 남들과 기싸움을 한 경험도 잘 없기 때문에 일을 떠넘기거나 기싸움을 걸어오는 것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무언가 잘못했다고 지적받으면 굉장히 죄송해했다. 일을 떠넘겨도 당연히 후임이니까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싫은 티도 내지 못했다. 나중에 버티지 못할 수준이 됐을 때 도덕적 잣대나 군 수칙을 근거로 반발하는 것이 내가 취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악 효과만 낳을 뿐이었다. 부적응자라는 이미지만 형성됐다. 첫 직장에서도 똑같았다. 나는 의욕만 앞섰지 아직도 학창 시절처럼 업무열심히 하고 정해진 규율에 맞게 성실함과 도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신입사원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일하는 기계가 되었을 뿐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대우는 받지 못했다. 회사는 군대보다 더 잔혹했다. 싫은 티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성과를 부풀려 말하지 못하면 하루 종일 일만 떠맡게 된다. 자연스럽게 선임, 동료들과 친하게 대화를 나눌 시간도 적어졌다. 스트레스는 쌓이기만 하고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쉬는 시간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버티지 못한 나는 퇴사를 택했다.
복싱도 인생도 기세 싸움이다
되돌아보면 나의 20대초반이 순탄하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기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복싱 스파링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체력과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세가 더 중요하다. 맞아도 아파 보이지 않게 자세를 취하면 상대방은 압박감을 느낀다. 공격할 때도 진짜로 때릴 것 같은 기세로 속이고 다른 곳을 타격하면 상대방에게 더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피할 때도 여유롭게 피하면 그 기세에 짓눌려서 상대방은 다음 공격도 빗나갈까 봐 주먹을 아끼게 된다. 인간관계도 똑같다. 만약 지금 군대 후임병이나 초년생 시절로 돌아가 선임들의 갑질이나 기싸움을 당한다면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일을 떠넘겨도 상대방의 말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만약 해준다 하더라도 시킨 사람은 나에게 고마워해야 하고 껄끄러워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이렇게 만든 여유로 나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나를 막대하는 사람도 없어진다. 나의 말에는 힘이 실린다. 더불어 인간관계가 저절로 좋아진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기싸움을 통해 상대방을 짓누르라는 것은 아니다. 기세를 이용해 남을 짓밟거나 이용하면 과거에 내가 만난 선임들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상대방에게 당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번 당하고 두 번 당하면 나는 그 사회에서 만만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때부터는 무슨 짓을 해도 돌이킬 수 없다. 나에게 기싸움을 걸거나 부당한 일을 시키는 사람은 나를 그렇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쓰는 것이다. 희생양이 되지 말라. 기세와 여유를 키운다면 무례한 태도로 다가오는 이들을 방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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