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신나게 복싱을 즐기다 보니 다이어트와 체력 증가는 저절로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의 경력이 쌓이니 신체변화보다 더 나아가 내면의 강인함까지 얻고 싶어 졌습니다. 프로 테스트나 큰 대회에는 참여하기 부담스러웠고 흔히 참여하는 지역구 단위 생활체육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생활체육대회 첫 관문 계체량 준비
생활체육대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복싱 실력만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5kg 단위로 끊어지는 체급에 맞춰서 본인의 몸무게를 조절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와 같은 경우에는 운동한 지 8개월이 됐을 때 80kg이 넘었던 몸에서 72kg까지 빠졌습니다. 이후로는 몸무게 변화에는 정체기가 왔지만 팔에 잔근육이 붙고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체육대회에 참여할 때의 체급을 75kg으로 결정하면 불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관장님과 상의 후 몸무게를 좀 더 빼서 70kg급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다이어트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정체기인 몸에서 더 무게를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선수들처럼 밥을 굶거나 물도 마시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직장인의 생활을 병행하며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체력은 유지하고 몸무게를 빼기 위해 저녁식단을 매우 간소화하고 매일 체육관에 출석해서 무조건 타바타 트레이닝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 결과 체육대회 당일날 저울에 몸을 올렸을 때 68kg라는 기록적인 몸무게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긴장감 해소와 준비운동
계체량에 통과한 인원들을 정렬시키고 인원체크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본인의 대진표 확인과 도시락 배부가 있는데 생각보다 도시락의 구성이 알찼습니다. 저의 대진표는 총 2번에 걸쳐 예선과 본선, 오전 11시와 오후 2시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저는 우승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 처음 만나는 사람 한 명은 꼭 이기고 돌아간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해 긴장해있었는데 10시 30분 정도가 되자 새컨으로 와주신 관장님이 미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풀어주셨습니다. 몸에 열기를 올리고 나니 긴장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11시에 이름이 불려 링위에 올라가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계체량에 실패했는지 11시가 되도록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화끈하게 싸우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기도 하고 긴장감이 허무하게 풀렸습니다. 하지만 관장님의 말로 다시 멘탈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저런 정신력으로는 링위에 올라왔다 하더라도 네가 이겼을 것이다' 역시 지도자의 기량 중 선수의 신체능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멘탈 케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점식식사도 하고 평소 사용해보지 않은 넓은 링위에서 쉐도우 복싱도 해보면서 경기장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첫 실전 스파링
오후 2시가 다가오자 점심식사도 소화 됐고 관장님과 다시 미트 트레이닝을 통해서 몸상태를 끌어올렸습니다. 저의 순서가 되었을 때 사용해보지 않은 낯선 아디다스 글러브를 끼고 링위에 올라갔습니다. 평소 아웃복싱을 구사하던 저는 저보다 리치가 긴 상대가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할지 매우 걱정하면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보다 조금 짧은 리치로 보이는 상대가 올라왔습니다. 경기를 시작하는 신호가 울리고 저는 이때까지의 모든 노력과 긴장감을 뒤로하고 상대와 링 중앙에서 만났습니다. 글러브 터치 전부터 상대의 리치를 파악했기 때문에 평소 훈련했던 대로 잽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불길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잽 싸움에서는 거리와 스탭을 사용해 우위를 가져왔지만 그 과정에서 이때까지 체육관에서 붙어본 상대들과는 다른 속도를 보여주는 상대에게 스트레이트를 날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잽 싸움을 하다가 저의 리듬에 익숙해진 상대는 갑자기 돌진하여 거리를 좁히고 파워펀치들을 쏟아냈습니다. 아직 1라운드이기 때문에 접근전을 할 체력이 남아있던 저는 양훅을 사용해 밀리지 않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어찌나 빠르던지 모두 위빙으로 간파당했습니다. 불길한 기운이 현실이 된 순간 저는 근접전으로 끌려가지 않고 다시 급하게 거리를 벌렸습니다. 그렇게 파워펀치는 한 번도 적중시키지 못하고 계속 뒤로 밀리던 저는 링을 기댈 정도로 후퇴했습니다. 이때가 기회다 링을 등지고 있을 때 급하게 들어오는 상대에게 꾸준히 연습한 카운터 스트레이트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상대는 저의 예상보다 한수 위였습니다. 왼쪽 더킹으로 저의 스트레이트를 피한 상대는 리버블 로우를 저에게 성공시켰습니다. 평소 거리를 극단적으로 벌리면서 연습한 저는 처음 맞아보는 리버 샷이었습니다. 고통이 심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래프트 훅을 날리면서 링 중앙으로 돌아 나왔습니다. 그렇게 첫 라운드가 끝났습니다. 관장님은 1라운드를 보고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위아래 바디 잽 안면 스트레이트 전략을 사용할 것을 조언해주셨습니다. 2라운드가 시작되자 바디 블로우 때문에 체력이 매우 떨어져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첫 라운드만큼 거리를 제대로 벌리지도 못하고 몇 번의 펀치를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장님의 지시대로 바디 잽 이후 안면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스트레이트를 맞은 상대방은 저의 스탭이 꼬인 것을 확인하고 양훅 바디 블로우 콤비네이션을 저에게 모두 적중시켰습니다. 처음으로 다운 수준의 고통을 받은 저에게 스탠딩 다운이 선언되었습니다. 저에게 카운트다운을 새는 래프리를 보고 8초까지만 쉰다음 경기를 재개하려 했는데 정말 아쉽게도 래프리가 경기를 중단시켰습니다. 아무래도 생활체육대회의 특성상 선수의 안전을 중시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값진 경험
지더라도 끝까지 싸우고 싶었는데 30초 정도를 남기고 다운으로 마무리된 것은 매우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극한까지 정신과 몸을 사용해본 적이 처음이라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졌지만 상대에게 존경의 인사를 표한 후 패배 판정을 받고 링에서 내려왔습니다. 생활체육대회에서는 우승자에게만 상장이나 트로피가 수여되는 줄 알았는데 오전 경기기가 부전승 처리되어 준우승 상장도 기념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3명 중 2등을 해서 준우승이라니 조금 웃기는 일이지만 제가 얻은 경험은 창피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음에 대회에 출전한다면 상대방의 리버 샷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맞더라도 래프리의 카운트를 기다리지 않고 경기 재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방법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도 승패 상관없이 경험을 위해 대회에 참여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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