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링이 처음이라면 꼭 알아야할 3가지

어느덧 복싱을 시작한 지도 3개월, 저의 실력 변화를 보고 관장님은 링에 올라가서 가벼운 스파링(sparring)을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처음으로 마우스피스도 맞추고 보호 장비까지 착용했는데 링에 오르자 친구와 하는 것인데도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첫 스파링 이후 깨달은 점 3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스파링 상대방을 주시하라

처음 링위에 올랐을 때 든 생각입니다. '사람에게 펀치를 날려도 되나?' 이때까지 복싱을 배웠지만 샌드백만 때렸지 실제로 사람을 상대한 것은 처음이기에 굉장한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잠시 저보다 먼저 용기를 낸 친구의 잽이 안면에 날아왔습니다. 가드 연습은 상상으로만 했지 실제로 공격을 맞아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허용했습니다. 실제로 겪어본 주먹의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대비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저는 고개를 숙이고 가드를 이마 끝까지 올렸습니다. 그러자 저의 글러브 위로 친구의 글러브가 막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방어에 성공한 것입니다. 맞을 수만은 없어진 저는 공격을 시도했지만 잔뜩 겁에 질려 글러브를 끝까지 올린 상태에서는 상대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마구 휘두른 훅은 당연히 상대방에게 닿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지도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상대방을 봐야 돼 글러브 틈 사이로 앞을 봐라" 그 재서야 맞아도 보고 맞은 것이 덜 아프다는 말이 생각났고 상대방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하고 잽을 날리니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실전에서 주먹을 주고받은 저는 두려움이 아니라 성취감과 재미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호흡을 내뱉어라

첫번째 라운드는 그렇게 마음가짐을 정비하고 시야를 확보하는 것만도 부족할 정도로 너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되자 배운 것을 이제야 제대로 시작하려는데 이상하게 몸이 엄청나게 무거웠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긴장감 때문에 체력 안배에 실패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도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순간, 다시 말해 힘을 사용하는 순간 숨을 내뱉습니다. 복싱도 비슷한 호흡법을 사용합니다. 주먹을 내지를 때 의도적으로 숨을 내쉬면 주먹이 더 편하고 강력하게 뻗어지고 체력 또한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링위에 처음 올라 긴장한 상태에서는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호흡에는 일절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이미 지친 몸으로 시작한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스탭도 사용하지 못했고 복싱의 기본이라는 원투도 제대로 날려보지 못했습니다. 친구와 저 둘 다 가드를 끝까지 올린 상태에서 소처럼 박치기 싸움만 하다가 제대로 된 주먹을 내보지 못하고 끝난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처음 스파링을 하시는 분이라면 본인의 체력에 너무 자만하지 마시고 꼭 호흡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임하시길 권장드립니다.

배운 것을 최대한 실행하자

사실 처음 임하는 실전에서 생각대로 실행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모든 일은 준비한 대로 진행되는 법이 없습니다. 막상 현실에 맞닥뜨리면 여러 가지 변수가 튀어나오고 준비한 것은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지쳐서 정신없는 상태였지만 링에 오르기 전 3개월 동안 몸에 익혔던 가드나 위빙 그리고 잽은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생각하지 않아도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몸에 체화했던 기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예외는 있었습니다. 바로 첫 라운드 때 상대를 보고하라는 지도자의 말을 듣고 머리로 인식하자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사실입니다. 그래서 복싱에서는 세컨드(second : 복싱 경기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것도 스파링 능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파링 도중 열기가 과열된다면 세컨드의 말을 듣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친구와 소싸움을 하던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지도자의 말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저의 경험이 그 예시입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링위에 오르기 전, 이번에는 이때까지 배운 기술 중에 어떤 것 한 가지는 꼭 실행하고 와야지 라는 생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후에 경기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복 훈련으로 몸에 체화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듯이 반복적으로 상상한 동작은 링위에서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링위에서 최대한 배운 것을 실행해봐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훈련하는 것이 대비 없이 스파링 횟수만 늘리는 것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